[데일리매거진=최여정 기자] 집회나 시위에서 관할 경찰서장이 '최소한의 범위'에서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나왔다.
헌번재판소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제13조 제1항과 벌칙 조항인 같은 법 제24조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조항은 '집회 신고를 받은 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질서유지선을 경찰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상당 시간 침범하거나 손괴·은닉·이동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최소한의 범위'의 의미가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집시법은 질서유지선 설정시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고지하도록 하고 있고 질서유지선을 새로 설정할 경우 서면 또는 구두로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집회시위에 참가하는 시민은 질서유지선의 설정 범위에 대하여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집회 주최자는 사전에 그 진행 방법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예상하여 빠짐없이 신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현장에서만 판단될 수 있는 내용이 존재 한다"며 "관할경찰관서장이 구체적 상황에 따라 질서유지선의 범위를 탄력적으로 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헌재는 "질서유지선의 설정 범위를 미리 법률에 구체적·서술적으로 규정하거나 그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범위'는 집회의 자유와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호함과 동시에 일반인의 통행이나 원활한 교통소통, 또는 물리적 충돌 방지 등 공공의 질서유지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가능한 적은 범위'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미·김이수 재판관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집시법에선 최소한의 범위에 대한 해석기준이 될 만한 것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법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해 질서유지선의 설정범위가 자의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소원을 낸 A씨 등은 2010년 6월과 7월 부산지역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당시 경찰이 설정한 질서유지선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항소심 과정에서 집시법의 '최소한의 범위'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냈지만 거부당하자 지난해 6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