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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26일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마셔도 되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던진 한마디가 일파만파로 퍼지며 원전 오염수를 도쿄전력의 음용수로 쓰면 되겠다는 웃지 못할 조크도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SNS에는 원전표 음료수와 도쿄전력표 식수병 그림이 올라오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3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은 스가 총리가 지난 9월 26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을 방문했을 때 원전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물을 보고 도쿄전력 관계자에게 이렇게 물어봤다고 전격 보도했다. 보도가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보도로 인해 일본 당국과 도쿄전력이 안일하고 엉뚱한 대처 능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스가 총리의 생각도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는 도쿄전력의 설명을 듣고 나서 한 질문이었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원전 오염수 처리과정을 전혀 모르고 한 질문이었다는 점에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질문이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날 스가 총리는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마시지는 않았다고 한다.
마셔도 되냐고 묻는 총리나, 마셔도 된다는 도쿄전력이나
아사히는 "설사 마셨다고 해도 오염수에 대해 '안전하다'라거나 "그래서 바다로 흘려보내도 괜찮다'는 인식이 세간에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하루 140t씩 발생하고 있다.
하루 오염수 발생량은 당초 160~170t였지만, 올해 들어 다소 줄었다고 한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오염수를 특수한 정화 장치를 이용해 걸러내고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미약하게 방사선을 내는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낼 수 없다.
게다가 2018년 8월, 정화 처리된 오염수에 삼중수소 외에 스트론튬과 요오드 등과 같은 방사성 물질도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오염수 저장탱크는 2022년 10월이면 가득 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오염수 해양 방출을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의 판단으로 결정이 보류됐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는 도쿄전력의 설명에 대해 아사히는 "도쿄전력의 간편한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마실 수 있다면 해양 방출 등을 하지 않고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에서 음료용으로 사용하면 (어떨까)라고도 생각해 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원전 오염수를 트리튬수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에서는 원전수 해양 방출에 대해 ‘단호 반대’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해프닝은 한 시도 끊이지 않고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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