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 변화…중국 의존도↓, 미국, 대만, 베트남↑

이재만 기자 / 기사승인 : 2025-01-06 09: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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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반도체 수출액, 1천41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 경신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더욱 낮아질 수 있어
▲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평택캠퍼스 3라인 [제공/삼성전자]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도가 크게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2024년 반도체 수출액은 1천41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최근 수년간 수출 지역별 비중을 보면, 전통적으로 수출 비중이 큰 중국 의존도가 상당 부분 내려갔다.

대신 미국, 대만, 베트남의 비중은 높아졌다.

우선 중국, 홍콩을 합친 비중은 2020년 61.1%에서 작년(1∼11월) 51.7%로 9%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중국과 홍콩을 분리해도 중국 비중은 40.2%에서 33.3%로, 홍콩 비중은 20.9%에서 18.4%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대부분이 재교역 형태로 중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미국 수출 비중은 2020년 7.5%에서 2024년 7.2%로 대체로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최종 고객인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수출되는 대만까지 넣으면 실질적으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비중은 더 높아졌다.

대만 수출 비중은 2020년 6.4%에 그쳤지만 2024년에는 14.5%로 급상승했다.
 

▲ 한국의 주요 지역별 반도체 수출액 [제공/한국무역협회 K-stat]

한국의 대만 반도체 수출 비중 증가 흐름은 작년부터 두드러졌다.

작년 1∼11월 한국의 대만 반도체 수출액은 185억3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9.2% 급증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향 HBM 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통계상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은 미국 수출이 아닌 중간 제조 기지인 대만 수출로 잡힌다.

팹리스 업체인 엔비디아의 주문을 받은 TSMC는 대만 내 패키징 공장에서 자사가 앞서 제조한 GPU와 한국에서 온 HBM을 함께 패키징해 최종적으로 AI 가속기 제품을 제작,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이에 미국과 미국의 '반도체 동맹'인 대만까지 합친 한국의 수출 비중은 2020년 13.9%에서 21.7%로 8%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세계 IT 제조 기업들의 중국 의존 축소 흐름과 맞물려 한국 반도체의 베트남 수출 비중도 유의미하게 높아진 점도 주목된다.

베트남 수출 비중은 2020년 11.6%에서 2024년 12.9%로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한때 자사의 전체 휴대전화의 17%를 생산하던 중국 후이저우 공장 문을 2019년 닫았고 해외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기존에 중국으로 가던 메모리 등 스마트폰 중간재가 베트남으로 수출됐다.

세계 메모리 시장을 좌우하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도 변화는 미중 '반도체 전쟁', 미국 주도의 AI 데이터 센터 투자 붐 등 큰 산업 변화를 반영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울러 세계 제조업 기업의 탈중국 흐름 가속화,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강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향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중 갈등 심화와 이로 인한 세계 반도체 시장 변화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 변화의 큰 배경"이라며 "장기적으로 다국적 제조 기업들이 중국에서 탈출해 동남아, 인도 등으로 가고 있어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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