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포의 공간이 된 '시민의 발' 지하철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10-07 09: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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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부터 묻지마 흉기난동까지, 치안 공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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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남자들은 모르는 여성들의 성범죄 공포에서부터 '묻지마' 흉기난동까지 벌어지는 두려움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6일 지하철에서 아무 이유 없이 맞은편에 앉은 승객을 칼로 찌른 50대 남성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임 모 씨(51)는 이날 오전 7시 35분께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을 출발한 전동차 안에서 맞은편에 앉아있던 승객 이 모 씨(62)의 허벅지를 흉기로 찔렀다.

임 씨는 다음 역인 신대방삼거리역 승강장에서 신고를 받고 나온 역장 김 모 씨(51)의 무릎도 칼로 찔러 상처를 입혔다. 다행히 두 피해자 모두 큰 상처는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서운' 느낌만은 지울 수 없다.

지난달 4일 경기개발연구원 빈미영 연구위원은 8월 한 달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9%가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범죄로 성추행을 꼽았다. 이어 응답자의 55.3%가 평소 출퇴근할 때 지하철과 버스 안의 치안이 매우 불안하거나 불편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응답자의 24.8%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여성 4명 중 1명 꼴이다. 또 피해 장소로는 지하철 내가 67.1%로 가장 많았다. 남성들은 모르는 여성들만의 공포의 공간이 지하철인 셈이다.

이 같은 철도범죄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성추행은 3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강도와 절도는 3배나 증가했다. 철도 범죄가 갈수록 흉폭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철도 승객들은 범죄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노출 되어 있다.

이제 지하철, KTX 등을 모두 합쳐 한 달 평균 철도 이용객은 1억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철도망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철도범죄 수사관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규모가 크다는 서울본부조차 수사관 5명이 고작이고 수도권 인력을 모두 하쳐야 수사관 1명당 승객 5만명을 담당하는 수치가 나온다. 한마디로 '치안 공백'을 넘어 '치안 공황'상태다.

최근 개통을 앞둔 신분당선은 전철 객실 안에 CCTV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지만 치안 공황 상태에 가까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한 달 평균 철도 이용객 1억명 시대. 관계 당국은 승객들의 안전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지하철이 다시 '편리한 시민의 발'이 되길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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