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전 세계가 분노의 도가니다. 글로벌 위기가 세계를 덮치면서 분노 표출엔 동서양이 따로 없고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국의 성난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게 얼마 전인데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 월가에서도 시위대 함성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월가를 점령한 분노는 눈여 봐야한다. 이달 들어 미국 내 주요 도시로 확산되고 있는 '월가점령(occupy the wall)' 시위 배경에는 감정적 분노 못지않게 이성적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내건 캐치프레이즈에 "나는 99%다"는 표현이 있는데 상위 1%에 대한 지나친 쏠림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있다. 고학력 미취업 청년들이 주동인 데다 "배가 고프니 나에게도 빵을 나눠 달라"는 저차원도 아니다.
자본주의의 메카인 미국에서 자본주의의 제도적 모순을 시정하라고 들고 일어난 형국이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요구하는 이들의 시위는 극빈계층이 아닌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 계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월가점령 시위'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때문에 중동과 유럽을 거쳐 현대 자본주의 본산 격인 미국을 뒤흔들기 시작한 시위 열풍을 목도하면서 ’한국은 과연 괜찮은가’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린다.
우리 역시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가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대학생 등 지식인 계층은 '반값등록금' 등을 요구하며 '공정한 게임의 룰'을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정직하게 일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좌절감이 태평양을 넘어 한국에서도 '분노'를 일으킬 토양이 마련된 것이다.
정재계는 물론 정부와 사회는 전세계에 불고있는 '분노 열풍'에 합리적인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생각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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