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지난 26일 저녁부터 27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지역에 쏟아진 기습호우로 서울과 춘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전국적으로 60여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실종됐다. 폭우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물의 신 포세이돈과 오 시장을 합성해 '오세이돈'이라는 신조어로 오 시장을 비난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오 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디자인 명품도시'가 서울의 외양만 꾸몄을 뿐 서울시민의 안전은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오 시장이 역점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수해 방지 관련 예산을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지적까지 겹치면서 논란과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 시장 취임 후 서울은 유독 자연재해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2009년 1월에는 폭설로 도시기능이 마비됐으며 지난해 추석연휴 때는 오 시장의 역작인 광화문이 물에 잠겼다.
그때마다 오 시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게 하겠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계속됐고 소도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추석 물난리 후 중장기 수방대책을 발표했지만 총예산을 4년 전(2007~2010년)에 비해 2000억원 줄여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계획한 하수관 정비 및 빗물펌프장 설치 사업도 각각 20~25%밖에 이행하지 못해 이번 폭우를 막는데 실패했다.
여기에 우면산 산사태 등에서 보듯 땅의 물흡수율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난개발은 계속됐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디자인 거리 30곳 중 26곳에 물빠짐 기능이 없는 화강판석을 썼다.
게다가 서울시는 올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 위험이 있는 지역을 점검해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했으나 정작 우면산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난 추석 물난리때 우면산은 아름드리 나무가 뿌리채 뽑혀 나가는 등 위험을 예고했지만 서울시와 서초구는 주민들의 위험 경고를 묵살했다. 서울의 다른 산사태 지역도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조사의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 되고 있다.
그 누구도 껍데기만 화려한 서울을 명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뉴욕과 파리같은 세계적 명품도시의 반열에 서울의 이름을 새기고 싶다면 오 시장은 서울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겉치장에만 열중하지 않아야 한다.
'껍데기는 가라!' 서울시민의 목소리에 오 시장은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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