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름값 갈등고조, 자본주의적 해결책 없나?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7-28 12:29:51
  • -
  • +
  • 인쇄
정부와 주유-정유 업계, 대안주유소 놓고 날선 공방

기름.jpg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이게 무슨 자본주의냐. 이럴 거면 차라리 국영화하고 국가가 휘발유 판매가를 공시해라!"

지난 26일 정부는 기름값을 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대안주유소 설립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주유소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주유소협회는 '결사 반대' 라며 강력 반발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5%정도 마진을 남기는 주유소를 상대로 가격 압박 정책을 펴는 것은 사실상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이게 무슨 자본주의냐. 이럴 거면 차라리 국영화하고 국가가 휘발유 판매가를 공시하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최근까지 '자율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주유소간 경쟁을 부추겼다. 이로 인해 현재 전국에 1만3000개의 주유소가 난립했고 업주들은 "수익이 반 토막이 났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대안주유소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지 여부를 두고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업계관계자는 "과연 대안 주유소로 기름값을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공유지 등의 부지에 주유소를 짓는다고 해도 별도의 정부 지원 없이는 기름값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주유소를 압박하기 위한 것보다는 정유업계를 겨냥한 대안이다. 이에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정유사 공급 가격은 세금을 제외하면 싱가포르 국제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며 "싱가포르 국제시장에서 제품을 들여와 관세에다 세금을 붙이면 결국 국내 주유소 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농협은 회원을 위해, 대형마트 주유소는 손님을 끌기 위해 이윤을 포기하고 주유소를 운영하지만 주유소 외에 아무것도 없는 대안주유소가 어떻게 마진을 포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안주유소 설립 의지는 확고하다. 정부는 "그동안 정유업체와 주유소는 고유가를 핑계 삼아 지나친 마진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줬던 게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즉, 정부는 기존 정유사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유통 구조를 가진 대안주유소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는 정유업계의 3개월 한시 가격 할인이 종료된 시점(7월 6일)을 즈음해 환율 효과(원화절상 L당 10원 인하요인), 국제비축유 방출(L당 25원 인하), 국제유가 인하(L당 10원 인하) 등으로 약 L당 45원의 인하 요인이 발생했지만, 이를 정유업계가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대안주유소 확대를 위해 기존 주유소를 흡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식경제부 정재훈 에너지자원실장은 "전국에서 약 10%의 주유소가 폐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주유소 폐업에 따른 복구 비용(평균 1억5000만원)이 부담스러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 주유소들의 영업권을 인수해 대안주유소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안주유소 설립이 기존 주유소들의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동시에 영업이 어려운 주유소들의 폐업 퇴로를 열어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편, 소비자들은 오랜시간 고통을 감내해온 점과 정부의 손목비틀기였지만 정유사 역시 3개월 100원 할인 정책을 고수한 점을 감안해 정부 또한 기름값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류세를 인하해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대안주유소 5단계 비용 절감 내역

1. 토지매입 : 일반 주유소의 경우 토지매입 비용이 L당 25원인 반면 국공유지에 건립하는 대안주유소는 L당 0~15원으로 10~25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

2. 순수 이윤 축소 : 일반 주유소는 순수 이윤이 L당 40원인 반면 대안주유소는 절반만 잡을 경우 L당 20원의 절감.

3. 유통단계 축소 : 대안주유소의 경우 일반 주유소와 달리 대리점을 거치지 않으므로 L당 20원의 절감 효과.

4. 각종 서비스 폐지 : 세차, 티슈 제공 같은 주유소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L당 20원 절감.

5. 인력 절감 : 최소 인력으로 셀프형태로 운영할 경우 L당 25원 절감.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칼럼

+

스포츠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