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7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서울중앙지법 임민성·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데일리매거진DB
[데일리매거진=김용환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법원에 청구됐던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되면서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는등 영장 기각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식구 감싸기 방탄법원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대대적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법부가 이미 구속된 임종헌(59·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한다는 의심이 현실화했다.
검찰이 '윗선'에 해당하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하게 되면서 양승태(70) 전 대법원장을 겨냥하는 남은 수사에도 일정 부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임민성·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내놓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는 두 전직 대법관을 구속해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뿐만 아니라 이번 수사의 전반적 구조를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이 담겨 있다.
두 부장판사는 공통으로 피의자의 관여 정도, 공모관계의 성립 또는 공모 여부에 대한 의문을 가장 먼저 기각 사유로 들었다. 두 전직 대법관이 임 전 차장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임 부장판사는 올 10월27일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며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두 건의 구속영장에 대한 기각·발부 사유만 놓고 보면 법원은 이번 사건을 사실상 임 전 차장의 '단독범행'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 라인에 있던 핵심 피의자 4명, 즉 임 전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관계에 대한 검찰의 논리 구조를 사실상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분석한다.
▲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검찰은 범죄사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헌법적 문건 작성 지시 행위와 관련해 직접 문건을 생산한 일선 판사들을 직권남용죄의 상대방(피해자), 이를 지시한 임 전 차장 이상 간부 4명을 공범으로 본다. 재판개입 등 문건에 담긴 의사 결정이 법원행정처장과 차장, 대법원장 사이의 보고·지시에 따라 이뤄졌으므로 윗선으로 갈수록 책임은 더 크다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책임은 권한에 비례한다는 이 같은 논리에 따르면 임 전 차장보다 전직 법원행정처장 2명의 책임이, 최종적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가장 무겁다. 그러나 박·고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과 법원행정처 실장들에게 책임의 대부분을 떠넘기며 자신은 빠져나가는 전략을 짰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이같은 전략은 성공한 셈이 됐고, 사법부 차원에서는 이들의 직속 상관이 양 전 대법원장까지 함께 보호하는 부수적 성과를 거뒀다.
법원이 자체조사에서 이미 어느 정도 책임이 드러났고 대법관을 지내지도 못한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윗선 수사를 차단하려 한다는 의심은 수사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법원은 7월 검찰이 핵심 피의자들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가운데 임 전 차장 주거지 영장만 발부하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영장 등은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은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다지기 위해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양 전 대법원장을 곧바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법원이 전날 영장을 기각하면서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다"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사실상 원천적으로 차단한 만큼 영장을 다시 청구하더라도 발부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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