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산업계, 원자재·투자 비용 부담 '비상'

정민수 기자 / 기사승인 : 2024-12-27 11: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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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이 매출과 이익을 좌우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 상황 면밀히 주시
▲ 사진=부산항 신선대·감만부두 [제공/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 1,460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산업계가 내년 사업계획 구상에 난항을 격고 있다.

26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상승해 장 중 1,465.5원까지 뛰었다.

장 중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서운 달러 강세에 수출하거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등 환율 변동이 매출과 이익을 좌우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제품을 팔고서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날 수 있어 수출 기업에 호재라는 공식이 통했다.

그러나 수출선 다변화로 미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러한 수혜는 줄었다.

또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대신 해외 현지 투자 및 생산이 늘고,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비용 증가 부담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로 결제하는 수출 비중이 큰 기업에는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지만, 많은 기업은 원자잿값 상승과 해외 투자 비용 증가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열린 주요 그룹의 내년도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강달러가 사업에 미칠 영향이 중요한 화두였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딜레마로 골머리를 앓는 대표 업종이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다.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새 기준)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등은 환율 상승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당장은 제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수입하는 웨이퍼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저하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강달러 추세가 장기화하면 시설 투자 및 장비·설비 반입 비용이 많이 늘어난다.

비슷하게 배터리 업계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강달러로 투자액 부담이 가중된다.

자동차 업계 역시 예전에는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 시 달러로 결제되는 외화 매출 덕분에 수혜를 받았지만, 해외 생산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현재에는 이러한 수혜가 크지 않다.

환율 상승분 중 일부는 부품, 원자재 비용이나 현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반면 차량 수입 대금을 수입국 통화로 결제하는 수입차 브랜드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에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한국GM의 쉐보레, 스텔란티스, 테슬라 등은 수입 계약 시 약정해놓은 달러 금액으로 대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환율 상승이 수입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신차 출시를 앞둔 수입차업계에서는 가격 결정에 고심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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