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사상처음 무제한 유동성 공급한다... 결과는 예측키 어려워

최용민 기자 / 기사승인 : 2020-03-26 12:54:41
  • -
  • +
  • 인쇄
한국판 양적완화, 3개월간 매주 RP 매입…"금융회사 자금 신청액 전액 공급"

▲ 윤면식 한국은행 총재
사실상 국내 처음으로 한국은행이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한다.

 

이 조치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하지 않던 전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RP(repurchase agreement)란 환매조건부 채권. '환매채'라고도 부르는데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도함으로써 수요자가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거래방식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RP거래 형태에는 한국은행 RP, 금융기관의 대고객 RP, 기관 간 RP가 있다. 한국은행은 통화량과 금리를 조정하기 위한 통화조절용 수단으로 시중 은행에 RP를 판매한다.

 

한은측은 이번 조치가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RP란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한은은 6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91일 만기의 RP를 일정금리 수준에서 매입한다매입 한도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춰 금융기관의 신청액을 전액 공급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RP 거래 대상이 되는 적격증권만 제시하면 매입 요청한 금액을 모두 사들이겠단 것이다.

 

입찰금리는 기준금리(0.75%)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해 입찰 때마다 공고하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액공급 방식의 (한도 제약 없는) 유동성 지원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실시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은 RP 입찰 참여 금융기관에 증권사 11곳을 추가하고 RP 매매 대상증권도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발행 채권 8종을 추가했다한은은 7월 이후에도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했고, 일부 시장에선 자금조달이 원활히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윤 부총재는 이번 조치가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사실상 같지 않으냐는 질의에 "시장 수요에 맞춰 수요를 전액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의 양적완화가 아니냐고 한다면 꼭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렇게 봐도 크게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한국형 양적완화로 봐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다만 한은은 이번 조치로 실제 어느 규모의 유동성이 추가 공급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부총재는 이번을 포함해 최근에 RP 대상증권에 추가된 대상증권의 발행규모를 약 70조로 추정하고 "신청액을 전액 공급한다는 방침만 결정됐을 뿐 실제 입찰과정에서 요청액이 얼마 들어올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통화 전문가들은 이 양적 완화가 우리가 시도해 보지 않았던 조치라는 점에서 그 효과와 부작용을 엄밀하게 추적 조사하고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

스포츠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