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신임 사장, 고졸 입사로 사장선임 '유일'
'LG 최초 공채출신' 여성 사업부장 전무 승진
마케팅 부문 여성 및 젊은 인재 신규 임원 선임
[데일리매거진=정규남 기자] 재계가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이 그 스타트를 끊었다.
28일 LG그룹은 4개 계열사(LG전자, LG실트론, LG생활건강, LG상사)에 대한 사장 2명을 포함한 전무급 이상 18명 승진과 신규 임원 33명 선임을 골자로 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 발표했다.
먼저, LG전자의 경우 지난 9월 그룹 임원 세미나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임원인사에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시그널을 강하게 던짐에 따라 세탁기 일등 신화의 주역인 세탁기사업부장 조성진 부사장을 비롯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한 부사장 2명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세탁기 사업부장인 조성진 부사장은 지난 1976년 고졸 사원으로 입사하여 35년 넘게 세탁기 사업에 매진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승진과 함께 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됐다.
LG전자에서 고졸 출신으로 사장 자리까지 오른 것은 조성진 신임 사장이 유일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인사의 '고졸 신화'를 두고 최근 정치권에서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사전포석을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의 LG 최초의 공채출신 여성 사업부장인 생활용품사업부장 이정애 상무의 전무 승진 역시 여성의 사회적 능력을 인정하자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이 신임 전무는 여성 특유의 통찰력과 감각으로 섬유유연제 시장 1등을 확보하는 등 신시장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북미 모바일TV 표준화를 주도하는 등 방송 표준 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곽국연 수석연구위원이 최초로 부사장급 수석연구위원으로 승진해 연구에만 매진해도 임원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눈여겨 볼 인사로는 더페이스샵 마케팅 부문장으로서 자연주의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김희선 부문장과 김병열 내츄럴마케팅 부문장 등 여성 및 젊은 인재를 중심으로 5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한 것이다. 앞서 대선 이후 경제민주화 등의 후폭풍을 염두에 둔 위기관리형 인사로 홍보라인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젊은 피의 수혈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기 때문.
이밖에도 인도에서 좋은 성과를 낸 후 지난 1년간 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를 이끌어온 신문범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중국법인장 보임으로 중국사업강화 중책을 맡았고, 전무 2년차로 세계 최대용량 냉장고를 출시해 차별화된 성과를 창출한 냉장고 사업부장 박영일 전무가 부사장으로 발탁 승진했다.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의 신사업 발굴 및 사업화에 기여한 외국인 임원인 신사업지원담당 짐 클레이튼(Jim Clayton)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이란 경제제재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브랜드샵을 전국으로 확대해 부임 후 연평균 17%의 매출 성장을 이끌어 온 이란법인장 김종훈 상무(47세)가 상무 2년차에 조기 발탁 승진했으며, 스마트 TV 핵심칩을 개발한 최승종 상무(48세)와 홍보업무를 이끌어온 전명우 상무 등 총 6명이 전무로 승진, 스마트비즈니스센터 전략기획담당인 이삼수 부장(42세) 등 총 26명도 신임 상무로 선임됐다.
LG실트론의 경우 300㎜ 웨이퍼의 생산성 향상과 원가 개선에 기여한 연마 웨이퍼(Polished Wafer) 생산본부장 한시재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같은 분야 기술개발 전문가인 기술개발담당 이홍우 부장을 신규 상무로 선임했다.
LG상사는 인도네시아 지역총괄 송치호 전무 및 해외 자원 투자의 효율적 투자 프로세스를 정비한 허성 전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석탄 개발 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한 석탄사업부장 윤춘성 상무(48세)도 전무로, 호주와 중국 석탄 개발에 성과를 거둔 구혁서 부장이 신규 상무로 선임됐다.
한편 LG는 이날 임원인사를 확정한 4개 외의 다른 계열사들은 29일 이사회를 거쳐 임원인사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LG는 이번 인사에서 전통적으로 인화를 강조해왔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는 LG를 되살리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나 사업부 수장을 물갈이하고, 공격적인 젊은 인재를 수혈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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