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끝장토론 사흘 째인 22일 찬반 양측은 투자자정부제소제도(ISD)를 주제로 격론을 벌였다.
반대 측은 ISD가 국가의 정책 주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찬성 측은 이 제도의 위험이 과장됐으며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점을 집중 제기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찬성 측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ISD에 대해 "우리 기업이 밖으로 가져간 투자는 2400억달러가 넘고, 우리 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는 1700억 달러"라며 "우리가 운영하는 투자가 훨씬 크다. 투자자들은 다툼이 생겼을 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쪽에서 판정받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1967년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ICSID)에 가입한 뒤 ISD로 한 번이라도 제소를 하거나 당한 사례가 없다"며 "그 어떤 사례를 갖고 이와 같은 국민적 논란을 일으켜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대 측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나프타(NAFTA)의 사례를 보면 미국 정부는 ISD에 의해 제소돼 한 건도 지지 않았다. 슈퍼301조가 WTO 규정에 위배돼도 미국은 그대로 끌고 간다"며 "그래서 미국과의 FTA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측 남희석 변리사는 한미 FTA의 '사전동의조항'과 관련, "우리가 체결한 협정 중 사전동의규정이 포함된 것은 31개 뿐"이라며 "투자자가 일단 중재로 끌고 가면 우리나라 정부는 동의하고 말고 할 재량권이 없고 일단 따라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남 변리사는 "ISD는 사법부 판결까지 국제중재기관에 가져갈 수 있다. 사법 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ISD가 당연히 필요한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사법부 판결이 문제된 것은 지금까지 7건이고 신청자의 주장이 일리있다고 인용된 것은 2건"이라며 "법리적으로 보면 사법부의 판단이 도전을 받는다고 우려될 수 있지만, 국제사회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사전동의조항에 대해 "ISD를 넣기로 한 이상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라고 판단했다"며 "협정문에는 있는 데 한쪽이 반대하면 실현될 수 없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측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ICSID 중재위원은 사무총장이 임명한고 ICSID는 미국인이 전통적으로 총재를 맡고 있는 세계은행의 산하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ISD 절차라는 것이 절대 공정하고 중립적인 제3자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며 "한 사람이 똑같은 두 사건에서 서로 다른 판정을 내린 케이스도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양측이 합의가 안되면 의장중재인을 사무총장이 임명하긴 하지만 그런 것까지 의심을 하며 국제 사회가 편파적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은 너무 편향된 시각이 아니냐"고 맞섰다.
찬성 측 나욱진 법무부 국제법무과 검사는 "중재인이 합의되지 않은 사례가 4건이었는데 그 중 승패가 2:2로 나왔다"며 "실증적으로 보면 사무총장에 의해 임명된다고 미국에게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거들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중재심판에 나오는 법률가는 정해져 있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우리보다 이들과 훨씬 친밀하다"며 "미국과의 FTA는 다른나라와의 FTA와 다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호주의 경우 다양한 조약에서 ISD를 갖고 있지만 모두 개도국과 맺은 것이고 선진국과는 하지 않았다"며 "올해 4월 호주 정부는 통상정책을 발표하면서 ISD를 채택하지 않는 대신 어느 투자자도 차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부연했다.
반면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ISD 조항이 한미 FTA 추가협상으로 발생한 문제냐. 노무현 정부에서 합의된 내용 중 문구 하나라도 수정된 게 있냐"며 야당 측에 책임을 돌렸다.
홍 의원은 "지금까지 미국 투자자가 ISD를 갖고 상대국 정부에 대해 108건을 제소해서 22건 패소하고 15건 승소했다. 미국 투자자도 패소율이 63%나 된다"고 소개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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