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세상이야기/동남아-기행①] 2019 여름의 동남아, 태국은 늘 보통, 베트남은 급변...본격화하는 일본의 견제

남영진 논설고문 기자 / 기사승인 : 2019-08-09 15: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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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는 태국 방문객 2017년엔 49만8511명으로 50만명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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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영진 논설고문


[데일리매거진=남영진 논설고문] 지난 2013년부터 7년간 여름 겨울 방학 때 태국과 베트남을 다녀왔다. 당시 작은 딸이 한국토종 브랜드 커피숍이 태국에 30여곳에 개장하면서 인테리어작업을 3년간 하는 바람에 집사람과 같이 가기 시작했다. 방콕 전철 2호선인 스쿰빗라인 지상철이 지나는 시내 한복판 통로(THONGRO)역과 연결된 아파트에서 4번 지냈다. TV를 틀면 아리랑TV는 말할 것도 없고 YTN KBS월드 등 한국방송을 볼 수 있다.


이번 여름에도 지난7월10일부터 월말까지 3주간 두 나라를 다녀왔다.

태국 골프장에서 대학친구들과 1주일 지내다 그들을 보내고 혼자 방콕시내 맨션에서 1주일 더 지내면서 한,일간의 무역전쟁, 북미대화이후의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후 호치민에서 1주일 지내면서 베트남의 경제성장과 우리나라와의 관계 등에 대해 교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번 방문 중 태국은 새 왕의 취임과 총선에서 군부쿠데타로 올라선 집권당이 권력을 재창출했으나 별 변화가 없다는 인상이었고 베트남은 미중 한일간의 무역마찰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국부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먼저 태국에는 한국관광객들도 줄고 특히 한국인들의 골프관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태국의 한류도 식었다.


4-5년 전만해도 태국TV 채널 30여개 중 10개채널 정도엔 항상 ‘대장금’ ‘별그대’ 등 철지난 한국드라마와 ’1박2일‘ ’X맨‘등 엔터테인먼트 프로까지 수시로 방영돼 한국에 있을 때보다 TV프로를 더 자주 보았다. 딱 3년 전 까지였다. 딸이 3년이 지난 뒤 귀국하고 나서도 그간 친해진 방콕 고대교우회 선후배들을 보러 방학 때마다 1달 정도 집사람과 싼 맨션에 묵었는데 한국프로그램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방콕이 시들해질 때쯤인 4년 전부터는 방콕에서 보름정도 지내다가 베트남 호치민을 1주일 정도 들러서 귀국했다. 베트남항공을 이용하면 같은 값으로 최종목적지인 방콕행에 하노이와 호치민을 들를 수가 있었다.

호치민에서도 ’골프천국‘인 방콕보다는 비싸지만 처남 친구가 법인회원카드로 예약해 함께 게스트로 나가 크게 비싸지 않게 즐길수 있다.


몇 년간은 호치민 도심인 1군의 3성급 호텔에 묵었는데 조식포함이라 방콕과 비슷한 가격이었다. 2년 전 집사람이 직장을 나가게 되면서 그간 4번이나 혼자 같은 코스를 다녀왔다. 이번에는 한국을 방문한 후배 아파트에서 묵었다. 항상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2019년 여름 태국 방콕은 ’늘 보통‘이고 호치민은 ’급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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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자가 찾은 태국한류의 상징인 방콕 방나거리의 한국바베큐집 ⓒ데일리매거진

방콕과 베트남은 더운 나라의 특징이듯 더위를 피해 아침 새벽부터 열심히 출근하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무리가 눈에 띈다. 유명한 매연과 교통 혼잡을 해소하려고 여기저기 지하철과 고가철도를 만드느라 어수선하다.

이상한 것은 동남아 어느 나라든 일본자동차 물결에 현대 기아자동차가 섞여있고 아니면 중형트럭이나 버스 등 한국브랜드가 종종 있는데 방콕시내는 거의 일제차 일색이다.


올 봄에 결혼과 더불어 60여년 만에 아둔아뎃 새 왕이 취임해 방콕이 활기가 있을 줄 생각했다. 그러나 관공서와 사원 앞에 있던 푸미볼 전 국왕의 초상화가 새 왕의 초상화로 바뀐 정도였다. 거의 50여 년간 태국 모든 화폐의 모델이던 전 푸미볼 왕이 들어있는 지폐도 사용되지만 현왕의 사진이 들어있는 빳빳한 새 지폐가 늘어나고 있는 정도가 6개월 전과 달라진 풍경이다.


방콕시내 중심가인 통로나 시암 쪽 번화가의 한국음식점 , 상품가게가 많이 폐업했단다. 한창 유행하던 설빙, 빙수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한마디로 ’한류의 급격한 퇴조‘분위기다.

태국에 오래 체류한 한국교민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북한의 미사일도발, 미중무역분쟁 등으로 1998년 IMF 관리시대처럼 한국경제가 다시 몰락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이 태산이다.


2017년 문재인정권 출범 후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한국투자가 줄어들어 동남아는 물론 전 세계를 휩쓴 한국 붐이 지난해부터 퇴조하고 있다고 한다. 방콕에서 40여년째 CIC라는 물류회사를 경영하는 민강식회장(67)은 “한 태간에 물류흐름을 보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경제의 쇠퇴, 미중무역마찰 일본의 견제등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입지가 많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류라는 강력한 무기에다 문대통령 취임이후 ‘신남방정책’추진으로 인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등과의 경제협력은 많이 강화됐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그간 한류붐으로 태국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늘었다.


2000년만 해도 한국을 찾는 태국 방문객은 8만여 명에 불과하다가 2002년 ‘가을동화’ 방영 이후 2004년 10만 명을 처음 넘겼다. 그후 급격히 늘어 2017년엔 49만8511명으로 50만명에 육박했다.


이것이 한류의 영향이었다. 실제로 한류가 한창인 2016년 태국은 연간 1억2000만 달러 어치의 한국 화장품을 수입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한국 화장품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였다.


또 태국은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다. 2017년 세계 각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청소년 13만 명 중 28.5%인 3만7000여 명이 태국 학생이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한류의 인기도와 성장성을 기준으로 세계 각국을 분류했는데 태국이 인도네시아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태국의 한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태국 교민들은 2018년 한·태 수교 60주년이 기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방콕의 대학 앞에서 3년 전 빙수집을 오픈한 한국인 사장은 “지난해까지 한류 덕분에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며 그러나 “최근 일본의 견제가 심해지고 한국행 저가 여행상품이 범람하면서 한국의 이미지가 떨어지고 있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형 방송사와 기획사가 주최한 아이돌 콘서트가 줄줄이 취소돼 티켓 환불 사태가 벌어져 이미지가 추락하는등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한류 효과가 ‘5년 미만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한류의 성공만 믿고 일단 하자는 식의 이벤트가 너무 많다”며 “행사 품질도 예전만 못해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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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자가 방문한 방콕의 관문인 수왓나폼공항내의 설화수광고판.최근 한류퇴조로 화장품수입도 줄어들았다고 한다. ⓒ데일리매거진

태국은 외국 문물 유입을 막지 않는 개방적인 나라로 눈높이가 높은 만큼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고 정부 차원에서 한류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는 등 부처별 칸막이를 없앤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민들은 “일본의 텃밭인 태국에서 한류 덕분에 어렵게 형성된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으려면 정부차원에서도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9세기 초반 방콕에 자리 잡은 현 차크리왕조는 근대화시절 영화 ‘왕과나’에서 보듯이 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당시 영국과 네델란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태국만에서 차오프라야강을 따라 올라와 방콕항을 통해 무역을 했다.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경략하고, 영국이 인도와 버마를 지나 말레이시아로 진출하고 프랑스가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차지할 때 유연한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로 독립을 유지했다.


태평양전쟁때는 일본군이 1942년 싱가폴과 베트남을 점령하고 버마와 인도로 진출할 때 진로와 보급을 도와주어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서구의 식민지나 일본에게 점령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종전에도 일본의 모든 자동차공장에서부터 ‘오이시이’로 대표되는 음료수공장까지 거의 일본의 동남아 전진기지가 되어 있다. 이 틈새를 어렵게 한국이 뚫고 들어갔으나 다시 일본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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