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세상이야기/타이완기행②] 길거리간판 한자(漢子)가 우리랑 같아 ‘일단 안심’

남영진 논설고문 기자 / 기사승인 : 2019-06-28 10: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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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면 길쭉한 고구마 모양의 북쪽 끝이 수도인 타이뻬이(臺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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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영진 논설고문


[데일리매거진=남영진 논설고문] 6월 중순 타이완 방문 이틀째는 기차를 타고 동쪽 태평양해안 경승지인 화렌(花蓮)을 다녀왔다. 지도를 보면 길쭉한 고구마 모양의 북쪽 끝에 수도인 타이뻬이(臺北)가 있다.


남쪽 끝에는 제2의 도시인 까오슝(高雄)이 있다. 그리고 서쪽에는 중국과의 타이완해협 쪽 중간에 타이쭝(臺中)시가 있고 까오슝시 가까이에 타이난(臺南)시가 있다. 타이완 섬 가운데는 남북으로 높은 산맥이 뻗어있다.


타이난에서 이 산맥을 넘어 맞은편 동쪽 태평양해안에 타이둥(臺東)시가 있다. 좀 북쪽으로 올라와 타이쭝시에서 산맥 넘어 맞은편 동해안이 화렌이다.


서해안에 타이쭝, 타이난시가 있다면 맞은편 동쪽에 화렌, 타이둥시가 있다. 지도를 보면 알기 쉽다.


숙박지인 푸신(富新)호텔 조식을 한 뒤 리무진버스를 타고 타이뻬이시 지하철 종점인 송산(松山)역에 닿았다. 여기서 특급열차를 타고 2시간40분을 가야 화렌이다. 열차를 타고 보니 깨끗한 출입구 벽에 ‘현대로템’과 현대로고가 붙어있다. 반가웠다.


타이완이 중공업이 발달되지 않아 우리 현대차량을 수입한 것이다. 그런데 타이완 전체의 분위기는 일본색이 진하다.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타이완을 전쟁배상으로 받아냈다.


1945년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에 패할 때까지 60년간 식민지로 다스렸으니 당연히 왜색풍이 강할 수밖에. 그런데 우리는 36년간 일제식민지 통치 때문에 ‘일본=웬쑤’인데 타이완사람들은 반일감정이 거의 없단다.


어차피 옛날부터 중국의 침략과 지배를 받았으니 외세에 대한 반감이 적을 수도 있다. 송산(松山)역에서 시간이 남아 역구내 커피숍에서 유명한 타이완 ‘버블티’를 한잔 사서 나오는데 옆방에 대만과 일본국기가 보인다. 들어가 보니 타이완과 일본의 4번째 섬인 시코쿠(四國)지도가 함께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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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타이뻬이 송산역에 있는 일본ㅡ타이완 친선룸 ⓒ데일리매거진

양국의 공통지역 이름인 ‘송산’을 출발점으로 시코쿠의 열차역과 타이완의 열차역이 대칭으로 표시돼 있었다. 시코쿠의 수도인 송산과 타이뻬이 송산구가 명칭이 같아 이렇게 디자인했다. 그만치 양국의 친밀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선지 타이완 동부의 해안가를 달리는 기차에서 보는 도로와 건축물들이 일본풍이다. 숲이 많고 잘 정리된 논밭이 많아 그렇겠지 생각했다. 자료를 보니 동쪽 태평양 해변지역은 일본이 타이완을 식민지화하면서 일본 농민들을 대거 이주시켜 개발한 지역이란다.


타이완산맥에서 발원한 화롄계(花蓮溪)의 북쪽 바닷가의 조그만 어촌이 인구 11만 명 의 항구도시 화렌으로 화려하게 변모했다. 2차대전 후 수력발전소가 건설돼 알루미늄제련소등 화학공업이 발달했다.


40년전인 1979년 타이뻬이~화롄간 철도가 개통됐다. 직행열차가 운행되는 철도와 도로 교통의 요충지가 됐다. 일본 유럽 미국과의 대외 교역항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 동해안에 몇 개 안 되는 항구 중 가장 크다. 이곳에서부터 남쪽으로 타이둥(臺東)까지 철도가 있지만 보통은 해안절벽 위를 달리는 고속도로와 해상교통을 이용한다.


목조로 시원하게 디자인한 화렌역에서 내려 곧바로 몽돌해안인 치싱탄(七聖潭)해변으로 향했다. 반달 모양의 해안선에 모래가 아닌 조약돌 해안이라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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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화렌의 칠성담 몽돌해변 ⓒ데일리매거진

한국관광객들이 많아서 거리의 악사가 한국노래를 연주한다. 수영할 시간이 없어 해변에서 파도를 보면서 조약돌을 던지고 있는데 비키니를 입은 백인미녀가 바다로 들어간다. 남성들 눈이 몰리는데 훤칠한 김동우 회원이 여인에게 농담을 던진다. 파도소리에 무슨 말인지 몰랐더니 그 여인의 대답은 “바다 안으로 들어오라”였단다. 이 장면이 사진에 찍혀 공동 카톡에 올랐는데 뒤에 사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모르겠다.


남자들 늘 하던 짓이니 했겠지..


가이드가 조약돌을 주워오면 안된다고 했는데 회원이 예쁜 돌을 하나 주워왔다. 내가 보기에도 가져가고 싶은데 나중에 버렸다고 한다. 곧바로 산중에 있는 타이루거(太魯閣)국가공원으로 향했다.


석회암 협곡으로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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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타이루거 국립공원의 협곡 ⓒ데일리매거진

한자를 보고 무슨 유명한 관우나 공자 사당 정도로생각했는데 석회암동굴에서 나온 물이 녹기 쉬운 석회암바위지대를 지나면서 깊게 만든 협곡이다. 타이루거는 이곳 원주민 말을 한자로 음차(音借)한 것이란다.


일본이 타이완을 점령한 뒤 화렌을 일본과의 교역항으로 삼고 1916년부터 석회암 협곡을 따라 타이완산맥을 넘어 타이중까지 길을 닦기 시작한 곳이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기어이 비를 뿌렸지만 우산을 쓰다 말다한 정도다. 타이완은 동북아 태풍의 절반정도가 지날 정도로 비가 많이 온다. 절반은 제주도 근처를 지난 일본으로 가니 우리에게는 태풍피해가 적어 큰 도움이 된다. 하느님께 감사해야 하나? ‘꽃보다 할배’가 다녀갔다고 해서인지 협곡과 산정 카페까지 한국인 일색이다.


방송된 지 꽤 됐는데도 가이드가 관광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TV 드라마 촬영지임을 강조한다.

그 드라마에 나왔던 원주민들이 하는 산정카페에서 쉬면서 타이완비어 한잔씩을 했다. 앞에 펼쳐진 협곡의 풍경이 보기 좋았다. 리무진 왕복 때 협곡의 낮은 봉우리에 위치한 장춘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타이완과 우리가 친했던 게 ‘반공국가’ 정치체제만이 아닌
같은 한자(漢子)여서 독해가 가능한 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는 생각


장개석의 아들 2대 장경국(蔣經國)총통의 ‘돌관작업’으로 70년대 동서고속도로가 뚫려 명소가 됐다. 10여 년 전 지진 뒤에 맑았던 협곡개울이 회색 석회암물이 됐다. 지진으로 가라앉았던 동굴 속 물이 완전 뒤집힌 탓이리라.


날씨가 좋으면 화렌항 돌고래투어가 옵션이란다. 안내서에는 돌고래를 만날 확률이 상당히 높은 90%라고 하는데 나가봐야 알지. 우리나라도 울산의 장생포 고래투어에서도 배를 타고 나가서 가끔 돌고래를 고래를 만날 수 있는데 깊은 바다인 태평양 해안이라 신빙성이 별로였다.


화렌 주위에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비취곡(翡翠谷)도 있는데 시간상 처음부터 건너뛰었다. 돌아올 때는 화렌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다음 역인 신청(新城)에서 완행열차를 탔다. 하루가 길었다.

이번에 타이완과 우리가 친했던 게 ‘반공국가’ 정치체제만이 아니라 같은 한자여서 독해가 가능한 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중국 한자는 간자체(簡字體)라 읽기도 어렵거니와 유추가 안 된다.


4성(四聲)발음은 둘째 치고 뜻까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타이완은 홍콩과 같이 정자체 한자를 쓰니 일단 안심이 된다. 당시 홍콩에서는 ‘중국으로의 범인인도법’ 제정에 반대해 200만 명이 시위를 했다.


글자가 달라진 것도 홍콩인들이 베이징에 정서상 틈을 느끼는 한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화렌에서>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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