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천한 출신” 與 후보 고백 VS 野의 “비천하다”, 인신공격이 불편한 이유

김정순 박사 / 기사승인 : 2021-12-06 12: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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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후보 간 말꼬리 잡기식 네거티브 공격을 상세하게 전하는 뉴스 피로감
-실존하는 누군가를 향해 '신분의 귀천' … 타인에게 할 수 있는지 의문

 

▲사진=前 간행물윤리위원장(언론학 박사)
내년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의 긴장감은 언론 보도에서 나타난다. 여·야  후보 간 말꼬리 잡기식 네거티브 공격을 상세하게 전하는 뉴스에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로 정치권의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논란을 일으키며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5일 여당의 이재명 후보가 전북 군산 공설시장 연설에서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고 한 발언이 공방 소재가 되고 있다. ‘비천’이라는 불편한 말을 이재명 후보가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 후보의 가정사 언급에 대해 야권 인사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성일종 의원의 “과거를 덮으려 애쓰는 모습이 더 비천해 보인다”라는 이 후보를 공격하는 페이스북 글은 주말 저녁 전국을 강타할 정도로 전파를 탔다. 야권 인사 중에 누구 하나 성 의원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지적하거나 해명하는 글은 없었다. 오히려 다수가 공조 확전 내용이 뉴스를 장식했다. 대권 후보가 아니어도 실존하는 누군가를 향해 ‘비천하다’는 인신공격을 할 수 있는지, 정치권 언어가 세삼 무섭다. 귀천을 나누는 계급 사회도 아닌 것을...

아니, 어쩌면 반상제도가 엄격했던 조선 시대 계급 사회에서도 함께 정치를 하는 상대를 향해, 공적으로 ‘비천하다’는 공격은 못 했을 것이다.

 

설령 정적이라 할지라도 상대에게 대놓고 비천하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은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신분의 귀천을 논할 자격이 있어 ‘비천하다’ 말을 타인에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씁쓸하다 못해 불편하다. 불편한 마음이 어디 필자뿐 일까.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권에서 그것도 제1야당 지도부에서 인신공격성 발언이 아무런 제어 없이 회자 되고 있으니.. 집단지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설상가상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술 더 뜨는 모양새다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할 수록 많은 의혹을 철 지난 감성팔이로 극복해보겠다는 뻔히 보이는 수”라면서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죄도 아니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이어서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에서 땀 흘리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국민을 비하한 발언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무엇이 국민 비하 발언이고 또 무엇을 사죄해야 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야당에서는 여당 이재명 후보의 군산 공설시장 가정사 고백에 대해 공격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과거 형수에게 내뱉은 부적절한 발언은 분명 누가 봐도 옳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의 이런 사정과 연계, 기회 있을 때마다 야권의 공격 찬스 활용을 예견 못한 바도 아니다. 그런 탓에 ‘감성팔이’라는 공격이 불편해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닌 것이다. 다만 그렇다 해도 한 인간을 향해 “..비천하다”는 인격 모독성 발언은 누가 누구에게 할 자격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아무리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라 해도 상대 진영에서 공적으로 ‘비천하다’ 며 던지는 직접적인 말을 들었을 사람의 심정은 가늠이 안 된다. 누구라도 자신의 존엄성을 짓밟는 모욕은 감내하기 힘든 법이다. 대통령 후보 역시 개인의 인권은 누구나 똑같이 보호받아야 할 고유한 영역이다. 선거기간에는 응당 정책 대결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정책은 뒷전이고 개인의 신상과 말꼬리 잡기식 네거티브 공방전이 난무하는 정치권의 문화가 참 씁쓸하게 느껴진다. 

 

지지 정당을 떠나 시대정신과 정책 대결, 국가에 대한 비전 없이는 대권 승리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터다. 그런데 왜 여권 후보를 향해 ‘비천하다’는 등 인격살인에 가까운 네거티브 공격에 몰두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참으로 역설적인데, 야권의 ‘비천하다’는 맹공에 놀라 그간 비호감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를 찬찬히 다시 보니 비로소 장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 정치 경험 없이 일약 제1야당의 대권 후보가 되었지만, 오락가락 행보를 못 벗어나는 윤 후보보다는 어려운 환경에서 우뚝 선 이 후보의 피나는 노력과 실용 정신에 눈길이 더 간다.

 

기고를 마칠 무렵에 접한 BTS LA콘서트 티켓 판매 세계 최대 흥행 뉴스와 정치권의 ‘비천’ 논란이 오버랩 되면서 씁쓸함이 더해진다. 한국의 BTS라는 젊은 청년들은 세계 대중문화를 제패하고 있는데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어르신들은 언제쯤이면 세계적 수준이 될까? 아니 세계적 수준은 고사하고 네거티브 공방 아닌, 정책 대결의 TV토론이라도 빨리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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