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현금 유동성 증가 결과... 기업으로만 돈이 흘러가

이준섭 기자 / 기사승인 : 2020-07-29 09: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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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유동성 60%, 가계 아닌 기업대출…"투자 않고 쌓기만"

가계대출은 20%뿐…한은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로 이어져야" "

▲출처=연합뉴스

 

돈은 시중에 풀려 넘치는데 돈이 돌아가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유를 살펴보니 올해 들어 '0%대 금리' 등과 맞물려 크게 불어난 시중 유동성의 60% 이상이 가계가 아닌 기업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대출로 늘어난 유동성은 전체 증가분의 20%뿐이었다.

 

시중 자금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통해 가계로 넘어가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에 쓰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돈을 기업이 대출로 쓸어갔다는 얘기다. 더구나 기업들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의 절반가량을 투자에 쓰기보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그냥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을 나무랄 것도 아니다. 기업으로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 투자처를 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꼭 필요할 때 쓰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대출 증가율 15%가계대출의 3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3065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작년 같은 달(27732000억원)보다 10.6%나 불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예적금·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그러나 통화량 증가율 10.6%에 대한 요소별 기여도를 따져보면, 기업의 대출이 6.4%포인트(p)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가계 대출의 기여도는 2%포인트에 불과했다.

 

늘어난 통화량의 60% 이상이 기업 대출 증가에 따른 것이고,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대출 증가 부분은 20%뿐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돈을 빌려 자신의 계좌에 묻어둔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5월 기준 통화량은 작년 5월보다 2926000억원(30658000-27732000억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기업 대출 증가액이 1773000억원(13734000-11961000억원)으로 통화량 증가분의 60.6%에 해당한다.

 

기업 대출의 증가 속도도 전체 통화량이나 가계대출보다 훨씬 빠르다.

 

5월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의 작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14.8%, 통화량 증가율(10.6%)을 웃돌 뿐 아니라 가계 대출 증가율(4.9%)의 거의 3배에 이른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여건이 불안해지자 기업들이 빠르게, 많은 돈을 빌려 가면서 유동성 급증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기업대출 101조 늘었는데예금은?

 

문제는 돈의 쓰임새다. 예금을 했는지 투자를 했는지 어떻게 했던지 간에 현금 유동성을 소비해줘야 나라 살림이 돌아가는데 기대보다 못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 수준까지 낮추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도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에, 기업 대출 급증 자체는 통화정책 목표에 들어맞는 현상이다.

 

하지만 기업이 빨아들인 유동성을 제대로 투자에 쓰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한은의 예금주체별 통계를 보면, 기업의 5월 말 예금 잔액은 4791853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1월 말(4324629억원)보다 467000억원이나 불었다.

 

같은 기간 기업의 대출 잔액이 12724000억원에서 13734000억원으로 101조원가량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극단적으로는 신규 대출액의 절반 정도를 기업이 그냥 현금으로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도 있다. 물론 기업 예금에는 이익금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대출이 곧바로 예금으로 넘어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가계 대출이라기보다 기업 대출"이라며 "경기가 불확실할수록 기업이 대출 등으로 일단 자금을 확보해놓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시차를 두고서라도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로 이어져야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화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쌓아 놓은 현금을 투자처로 보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은 돈이 되는 것을 찾아가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돈이 되도록 쓸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임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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