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정책과 ‘데자뷰’

김희정 前 KBS 아나운서 기자 / 기사승인 : 2021-08-10 08: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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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정책, 시장 친화보다는 규제에 비중
- 과거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어야 발전 가능
▲사진=김희정 前 KBS 아나운서, 외식신문 논설위원
 ‘데자뷰(deja vu)’. 처음 겪는 일이나 대상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기시감(旣視感)’이라고 한다. 처음 가보는 장소에서 문득, 과거에 와 본 듯한 기억이 떠오른다거나, 처음 맞닥뜨린 상황에서 이미 한번 경험해 본 듯한 느낌이 들 때, 우리는 ‘데자뷰를 느낀다’고 한다. ‘데자뷰’는 대부분 명확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혼란하고 때로는 두려운 감정을 수반한다. 

 

 대선을 7개월 앞 둔 지금 정치적 ‘데자뷰’를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정권 하반기, 부동산 정책에 관한 ‘데자뷰’이다. 노무현대통령 시절 ‘종부세’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해 2005년 6월 시행된 국세다. 당시 필자 주변에 속칭 ‘강남 좌파’가 꽤 있었다. 강남에 거주할 정도로 성공했지만 정치 성향은 진보적인 전문가 집단이다. 그들이 종부세 통지서를 받자, 혹자는 한숨을 쉬며 민심이탈을 우려 했고, 혹자는 분노의 말을 쏟아내던 기억이 난다. 

 

 필자의 지인 중에 큰 부자는 없다. 고시를 통해 개천용이 된 남편과 사범대 졸업 후 교사가 된 아내가 아파트 한 채 일구어낸 정도이다. 지금이야 강남 아파트가 수십억이지만 당시에는 안정적인 수입과 은행 대출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2008년 대선에서 그들이 여전히 진보 정당을 위해 투표했을까? 이후 만남에서 이명박대통령 당선에 대해 종부세 폐지를 기대하며 긍정적인 언급을 하던 기억이 난다. 무엇이 이들의 정치 성향과 투표 행동에  변화를 가져왔을까?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듣고 있다. 대통령 스스로 취임 4주년 연설에서 “부동산 정책이 아쉽다”고 했으니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수십 번의 규제에도 부동산 가격은 잡히지 않았다. 양도세 강화는 다주택 매도를 유도하기보다 증여 등 버티기를 초래했다. 그런데 다시 1주택 자 양도세마저 강화한단다. 1주택을 오래 보유한 사람도, 고가인 경우 가격에 따라 단계적으로 세금을 강화하는 것인데 그 셈법이 너무 복잡해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후보들의 부동산과 세금에 관한 정책은 어떤가? 대부분 시장 친화보다는 규제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실 거주 외 주택에 대해 대출을 막고 세 부담을 강화하는 등 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거주하지 않는다면 1주택자라도 세금을 강화한다는 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더 나은 주거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그런 희망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책일까? 

 

  이낙연 전 총리는 ‘토지 공개념 3법’을 중점 공약으로 내세웠다. 택지 소유에 상한을 두고 개발 이익에는 환수를 강화하며 노는 땅에는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나아가 땅 부자들이 세금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토지를 팔면 국가가 정한 토지은행에서 사들여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세를 강화하면 매물이 많아져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 했던 논리와 같다. 전문가들은 매물은 늘어나지 않고 땅값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금 부담 때문에 땅을 팔고자 해도, 개발이익환수법 등으로 이익이 없어지면, 보유세를 부담하고라도 버티기에 들어간다. 결과는 세금까지 계산하여 땅값마저 치솟는 것이 시장의 수순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공급하는 3기 신도시의 고분양가를 보면 두려움마저 생긴다. 

 

 유일하게 규제 외 정책을 표명한 후보는 정세균 전 총리이다. 정 후보는 규제와 세금만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정 후보는 ‘공급폭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임기 내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공공분양주택 30만호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규제가 아니라 공급의 필요성을 인정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과거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어야 발전이 가능하다. 규제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과도한 세 부담은 유권자의 표심을 빼앗아간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코로나와 폭염과 대선의 열기 속에서도 가을은 오고 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꽃이여”, 새삼 학창 시절에 외우던 시 한 줄이 그리워진다. 이 땅에 성숙한,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성찰을 통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리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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