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신용대출, 열흘새 또 1조 늘었다

이준섭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4 10: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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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마지막 수단인 대출 급증에 정부도 규제 카드 만지작

어려워진 층들, 생활자금 수요까지 몰렸다. 서민들만 발동동

자금도 풍선효과 나타나나?

 

▲출처=연합뉴스

 

 

신용대출 시장이 폭발하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지사는 저축은행 등에 대해 금리 인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러다가 신용대출 규모가 사상 최고를 경신할 듯하다고 말할 정도다.

 

금융권에 따르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마지막 수단인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 불과 열흘 만에 다시 1조원 이상 불었다.

 

부동산·주식 투자 자금 수요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살림살이에 생활자금을 신용대출로 메우는 가계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용도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당국도 규제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시중에 자금 유동성이 넘쳐흐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체로 전문가들 역시 은행 등 금융기관 건전성, 부동산·주식 버블(거품)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하지만, 생활고로 신용대출이 절실한 가계까지 돈줄이 막힐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5대은행 8영업일만에 11000억 올라

 

14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달 10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54172억원이다. 8월 말 집계 당시 잔액(1242747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10, 더 정확하게는 8영업일 만에 11425억원이나 더 불어난 것이다.

 

우려할 만한 수치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5대 은행의 9월 전체 신용대출 증가폭도 역대 최대였던 8(4755억원)에 조금 못 미치거나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10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로 조사됐다.

 

약 한 달 전인 814일자 금리(1.743.76%)보다 상단이 조금 높아졌지만, 여전히 2%대 초반부터 4%대 초반까지 범위인 주택담보대출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투자를 위한 주식·부동산 투자 수요에 '코로나 생계형' 수요까지

 

이처럼 신용대출 급증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우선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투자용 자금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8월 사상 최대로 늘어난 신용대출에는 카카오게임즈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 증거금 수요가 상당수 포함돼있다.

 

9월 초 청약 결과 모두 58조원의 증거금이 몰렸는데, 은행 통계에 따르면 청약 일자와 가까운 8월 셋째, 넷째 주에 주로 신용대출이 급증했다. 그 결과 8월 전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액도 사상 최대 기록(4755억원)을 세웠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첫날인 이달 1일에만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8034억원 늘었다. 8월 한 달 전체 증가액의 44%가 불과 하루 새 불어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청약금의 절반은 증시에 남았다는 분석도 있어 구체적인 추적이 필요하다. 증시에 남아 있다면 그래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 시중 유동성 자금 넘쳐
 

자금도 풍선효과? 신용대출로 주택자금 대체?

 

한편 집값이 여전히 쉽게 잡히지 않고, 전셋값도 뛰는 상황에서 정부 부동산 규제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막히다 보니 주택 관련 자금을 신용대출로 끌어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부동산 규제의 '풍선 효과'.

 

더구나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와 경영난으로 신용대출을 찾는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긴급 재난지원금(사용기한 8월 말) 등까지 바닥난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으니 신용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은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권의 기타대출(신용대출 등)8월 한달간 57000억원이나 늘어 월간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한은도 "아파트 분양 계약금과 최근 오른 전셋값 등 주택 관련 자금 수요, 공모주 청약 증거금 납입과 상장주식 매수 등을 위한 주식투자 자금 수요,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늘어난 생활자금 수요 등이 신용대출 증가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양날의 칼, 금융위기 막으려면 규제하자는 주장도

 

신용대출이 이례적 속도로 단기간에 불어나자, 금융당국도 은행 담당 실무진, 고위급 책임자들과 잇따라 회의를 열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안팎에서는 신용대출 규제 강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신용대출 급증이 위험한 것은, 다수의 신용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담보조차 없어 대출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백, 수천 명이 신용대출을 못 갚는다면 해당 은행뿐 아니라 연쇄적으로 금융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주택 가격만 내려가도 담보를 잡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문제가 생기는데, 하물며 담보도 없는 신용대출의 위험은 당연히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신용대출 기간과 규모가 계속 늘어나면 위험도 더 커지는 만큼, 지금부터 조금씩 컨트롤(관리)해야 할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신용대출이 부동산·주식 등으로 몰려들어 자산 버블(거품)을 키우고, 반대로 이 거품이 꺼질 때 전체 가계와 금융 시스템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이 급증하는데, 이 부분은 앞으로 주식시장의 가격이 급변할 경우 매우 위험하다""향후 전체 금융기관의 건전성 이슈로 번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신용대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용대출에 '생계형' 자금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규제에 나서더라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대출은 용도를 알수 없는 '깜깜이' 대출이라는 점에서 위험이 더 크다""예를 들어 신용대출이 10조원이라면, 이 가운데 9조원이 투자용이고 1조원이 생활자금인지, 반대로 9조원이 생활자금인지 현재 시스템으로서는 알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자금 소요처가 깜깜이로 분류되는 탓이다.

 

그는 "하지만 분명히 신용대출로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 자산 인플레이션과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신용대출을 대대적으로 규제할 경우 자영업자나 실직자가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도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 중에는 대출 규제에 바로 나서기보다 자금 소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자료 입증을 창구에서 요구하는 것이 우회적 관리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유동성 자금이 넘쳐도 어디에 얼마나 어디로 흐르는 지만 알아도 대책 세우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격적 규제에 앞서 신용대출의 정확한 현황과 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조 위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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